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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 엘파바 춤 장면 해석 (자존심, 감정 조절, 우정의 시작)

by 데로990 2026.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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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를 보고 나오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장면이 있었습니다. 엘파바가 클럽에서 혼자 춤을 추던 그 순간이었습니다. 글린다의 거짓말에 속아 모두의 웃음거리가 된 상황인데, 엘파바는 도망치거나 화를 내는 대신 모자를 벗고 춤을 춥니다. 저도 학창시절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그 장면을 보는 내내 목이 메었습니다.

엘파바가 춤을 선택한 진짜 이유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면 그 자리를 피하거나 상대에게 분노를 표출합니다. 그런데 엘파바는 정반대의 선택을 합니다. 제가 보기에 이건 단순한 '쿨한 척'이 아니었습니다. 엘파바는 어린 시절부터 자존심이 강한 캐릭터로 그려집니다. 동네 아이들이 놀릴 때도 울지 않고 마법으로 바로 대응했고, 압도적인 외모의 글린다 앞에서도 한 치의 굴복 없이 할 말을 다 하는 인물이었죠.

그런 엘파바가 글린다의 계략에 완벽하게 당한 상황입니다. 모리블 교수에게 글린다도 마법 수업을 듣게 해달라고 협상까지 한 뒤였으니, 자존심이 얼마나 박살났을지 짐작이 갑니다. 솔직히 저였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나갔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중학교 때 발표 중 실수해서 반 전체가 웃었을 때, 저는 얼굴만 빨개진 채 자리에 앉았거든요. 그때 엘파바처럼 당당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엘파바의 춤은 일종의 방어기제였습니다. '네가 아무리 날 엿 먹여도 나는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글린다와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죠. 동시에 이 춤은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의식이기도 했습니다. 영화에서 엘파바는 부정적인 감정이 폭발할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마법을 쓰곤 했습니다. 모리블이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면 오즈와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엘파바는 분노를 터트리는 대신, 자기 자신까지 속여가며 춤으로 모든 상처를 덮으려 했던 겁니다.

그리고 이 선택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습니다. 글린다가 죄책감을 느끼고 엘파바의 춤을 따라 추기 시작한 것이죠. 모두의 시선을 무시한 채 함께 춘 그 춤은, 글린다 나름의 사과였습니다. 제 경험상 진심 어린 사과는 말보다 행동으로 나올 때가 많습니다. 글린다는 자신의 사회적 이미지를 걸고 엘파바 편에 섰고, 그 순간 두 사람은 진짜 친구가 됩니다.

글린다와 엘파바가 다른 길을 선택한 이유

클럽 사건 이후 껌딱지처럼 붙어 다니던 두 사람이지만, 결국 마지막 순간 글린다는 엘파바를 따라가지 않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많은 분들이 "왜 글린다는 친구를 저버렸을까"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저는 이게 배신이 아니라 가치관의 차이였다고 봅니다.

글린다의 꿈은 처음부터 명확했습니다. 마법사가 되어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이었죠. 오즈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위대한 마법사가 된다는 건, 곧 권력의 핵심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겉으로는 화려하고 가벼워 보이지만, 글린다는 자신의 능력으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야심가였습니다. 실제로 제 주변에도 이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항상 밝게 웃고 다니던 선배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승진과 성과에 대한 욕심이 누구보다 컸더라고요.

반면 엘파바는 처음엔 글린다와 비슷한 꿈을 꿨습니다. 가족들에게 수치로 여겨지고 남들의 멸시를 받던 자신이, 오즈처럼 존경받는 인물이 되고 싶었던 거죠. 하지만 딜라몬 교수가 잡혀가는 걸 목격하고, 동물들이 핍박받는 실상을 알게 되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뀝니다. 녹색 피부를 바꿀 기회마저 걷어차고 오즈에게 동물 보호를 요청했고, 결국 오즈의 정권에 맞서기로 결심합니다.

글린다는 동물 권리 보호에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피에로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아기 사자 구출에 참여했을 뿐이죠. 사회적으로 민감하고 무거운 주제에 관심을 갖는 건 글린다의 성향과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글린다가 할 수 있었던 건, 친구가 잡히지 않기를 기도하며 행운을 빌어주는 것뿐이었습니다.

엘파바도 글린다를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혁명의 길은 누구도 강요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제가 봤을 때 이게 두 사람 우정의 진짜 모습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선택을 존중하되, 각자의 길을 응원해 주는 것. 결국 글린다는 오즈의 파트너가 되어 '착한 마녀'로 칭송받지만, 실상은 사기꾼 밑에서 꼭두각시 노릇을 하며 공허한 삶을 살게 됩니다. 겉으로는 탄탄해 보이지만 속은 비어있는 삶이죠.

위키드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단순히 선과 악의 이분법이 아니라 각자의 선택과 그 결과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이었습니다. 엘파바의 춤 한 장면에도 자존심, 감정 조절, 우정의 시작이라는 여러 층위의 의미가 담겨 있었고, 글린다와의 결별에도 배신이 아닌 가치관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제 경험상 진짜 좋은 영화는 한 번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곱씹게 만드는 영화인데, 위키드가 딱 그랬습니다. 다음에 다시 보면 또 다른 디테일이 보일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ZmaDWbiif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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